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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물감

등록일 :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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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테마 | 물감

물감은 색을 내는 ‘안료’와 안료가 캔버스에 붙어 있도록 도와주는 ‘전색제’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색을 고정시키는 데 사용된 전색제(물, 기름 등)에 따라 물감의 종류가 달라지는데요. 오래전부터 화가들은 완벽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색제로 예술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중세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물감이 만든 회화의 발전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석회 : 10,000년 넘게 유지된 밀착력의 힘

구석기인들의 생활상을 담고 있는 「라스코 동굴 벽화」. 섬세한 근육 묘사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천지 창조」. 예술사에 길이 남을 두 작품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석회 벽 위에 그려, 석회를 전색제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라스코 동굴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유적지이고 미켈란젤로는 당시 유행하던 프레스코 기법으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렸습니다. 프레스코 기법은 석회 반죽 위에 물감을 입혀 그리는 방식으로, 반죽 속 물이 증발하며 벽으로 굳는 과정에서 물감이 고정되도록 하는 표현 방법입니다. 이처럼 동굴에서 우연히 발견한 석회는 인류 최초의 전색제로서 르네상스 시기까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긴 세월을 견뎌낸 두 작품이 보여주듯 석회 벽에 그린 그림은 안료가 벽에 완전히 고착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가들에겐 굉장히 어려운 기법으로 여겨졌는데요. 물이 증발하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했기에 빠른 작업 기술이 필요했고, 수정할 땐 건조된 벽을 긁어낸 후 다시 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이동의 어려움, 벽의 손상 등을 이유로, 사람들은 다양한 표면에 안료를 고정시킬 수 있는 전색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달걀노른자 :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색감의 비밀

템페라는 달걀노른자, 벌꿀 등을 전색제로 사용해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프레스코화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물감이 마르는 속도가 더뎌 덧칠하며 그릴 수 있고 온도와 습도 변화에도 강해 작품이 갈라지거나 훼손될 위험이 적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색감인데요. 부드러운 광택을 띄는 노른자는 안료와 섞이며 맑고 생생한 느낌의 물감을 만들어 줍니다. 아름다운 색을 머금은 템페라화를 완성하기까지, 화가는 매우 섬세한 장인 정신을 발휘해야만 했습니다. 물감을 보관하는 기술이 없어 매번 새롭게 배합해야만 했고 얇은 붓으로 선을 그리는 방식으로만 채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 시간도 길었습니다. 달걀을 제때 수급하는 일 또한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화가들은 더욱 값싸고 구하기 쉬운 전색제를 개발하려 노력했습니다.

템페라화 제작 과정

  • 합판에 젯소칠*을 한 후 사포로 표면을 다듬습니다.
  • 합판 위에 밑색을 바릅니다.
  • 먹지에 밑그림을 그린 후 합판에 옮깁니다.
  • 안료, 노른자, 물을 1:1:1의 비율로 섞어 물감을 만듭니다.
  • 얇은 붓으로 선을 그어가며 채색합니다.
  • 표면이 마르면 기름 등을 발라 고정시킵니다.

* 젯소: 물감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캔버스에 바르는 흰색 혼합물.

기름 : 매끄럽게 이어지는 붓질의 향연

네덜란드 화가들은 템페라 물감의 농도와 색감을 조절하기 위해 식물성 기름인 아마인유를 사용했는데요. 기름이 고체로 굳는 과정에서 안료가 작품 표면에 밀착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화가들은 노른자 없이 기름만을 전색제로 사용한 유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프레스코나 템페라는 물감에 섞은 수분이 증발하며 안료가 고착되는 방식입니다. 반면 유화는 물감 자체가 서서히 굳어 색을 만들기 때문에 수용성 재료보다 천천히 수정하며 작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름의 양을 조절하면 투명한 색감 표현부터 입체감 있는 붓 터치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화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물감을 제작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했지만 보관 방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는데요. 동물의 오줌보 등에 물감을 보관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내용물이 새어 나오거나 변색되는 일이 많아, 매번 새롭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명 화가의 화실에서는 제자나 하인들이 물감을 만드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죠. 이러한 모습은 19세기 중반 튜브형 물감이 발명되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튜브형 물감, 화가들의 방문을 열다

19세기 영국에서 개발된 튜브형 물감은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빠르게 전 세계로 보급됐습니다. 덕분에 화가들은 번거로운 물감 제작에서 해방됐고 자유롭게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캔버스에 담아낸 인상주의 역시 튜브형 물감의 등장 덕에 탄생한 화파라 할 수 있습니다.

물 : 빠르고 간결하게 순간을 포착하다

프레스코화는 물을 바른 석회 벽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때 안료를 고정하는 전색제는 석회였죠.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물을 전색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점성이 없는 물은 안료를 풀었을 때 금새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물과 안료를 완전히 섞으려면 끈적임이 있는 물질을 추가해야 합니다. 화가들은 아라비아고무를 녹여 물에 타면 끈적끈적한 액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발전시켜 수채 물감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 매력인 수채화는 유화의 유행에 밀려 19세기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빠르게 증발하는 물의 특성 탓에 한 번 칠하면 수정이 어려웠고 여러 번 덧칠할수록 색이 탁해져, 화가들에게는 작업하기 어려운 재료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한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 자연주의가 인기를 끌던 영국에선, 수채화의 단점이 오히려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했는데요. 순간의 변화를 빠르게 화폭으로 옮기려 했던 화가들은 튜브형 수채 물감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영국에선 수채화가, 영국 외의 지역에선 수채화와 유화의 특성을 섞은 불투명 수채 물감 과슈(Gouache)가 개발돼 화가들의 캔버스를 더욱 다채롭게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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