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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종이의 여행

등록일 :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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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테마 | 종이의 여행

종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종이컵, 종이 상자 등 종이 제품을 못쓰는 건 물론이고 책으로 정보를 얻거나 무언가를 쓸 수도 없을 것입니다. 수백 년 전부터 인류의 지식을 기록하고 전승하는 재료로 활용된 종이. 종이는 과연 어디서 왔을까요? 5월의 테마웹진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주인공, 종이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종이의 탄생

제지 기술을 발명한 사람은 한나라의 채륜(63~121)입니다. 환관이었던 그는 궁중에서 물품을 관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는 대나무로 만든 죽간을 기록 재료로 활용했는데, 부피가 크고 무거워 열람하기 어려웠습니다. 매일 들어오는 수백 권의 죽간은 골칫거리 그 자체였죠.

죽간 대신 기록할 수 있는 재료를 고민하던 채륜은 나무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식물 섬유를 물에 풀고 섬유가 다시 엉기는 과정을 응용해 종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종이를 만들려는 시도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양의 종이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채륜이 유일했습니다. 이 때문에 역사학자들은 그를 당대 산재하던 종이 제조술을 통합해 오늘날의 종이 문화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Paper(종이)와 파피루스

종이 발명 전 가장 유명한 기록 매체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파피루스(papyrus)’입니다. 파피루스는 나일강 인근에서 자라는 풀로, 이집트 사람들은 얇게 자른 파피루스 줄기를 엮어 종이와 비슷한 형태로 가공했습니다. 중국의 제지 기술이 전해지기 전까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널리 활용되면서, 영어 단어 ‘paper(종이)’의 어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피루스를 최초의 종이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파피루스는 별도의 제지 기술 없이 식물 줄기를 가공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이퍼 로드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의 지중해를 잇는 거대한 교역로를 ‘실크 로드’라고 부릅니다. 종이도 이 길을 따라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중국에서 출발한 종이는 무사히 유럽까지 건너갈 수 있었을까요? 주요 경유지를 둘러보며 종이의 여정을 따라가 봅시다.

  • 탈라스 - 제지 기술, 이슬람 군대의 전리품이 되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제국은 8세기 중반부터 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당나라는 오늘날 키르기스스탄의 영토인 ‘탈라스’로 군대를 파병합니다. 서기 751년 7월, 당과 이슬람 아바스 왕조의 군대는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고, 참패한 당나라 병사들은 이슬람의 포로가 되어 끌려갔습니다. 병사 중에는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제지 기술자들도 섞여 있었는데, 이들이 아바스 왕조의 수도인 바그다드에 종이 제작 기술을 전파하면서, 중국의 제지 기술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사마르칸트 - 날개 돋친 듯, 서역을 향해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도시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과 물건이 만나던 교역의 중심지였습니다. 탈라스 전투가 있던 해, 당나라 출신 제지공 중 일부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최초의 종이 공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뽕나무로 제조된 ‘사마르칸트지’는 저렴하고 품질이 좋았습니다. 우수한 상품성 덕에 사마르칸트지는 지역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중앙아시아, 유럽 등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동물의 생명을 구한 종이

    양피지는 소, 양 등 동물의 가죽을 얇게 펴서 가공한 재료입니다. 내구성이 강해 고대부터 중세까지 널리 사용됐습니다. 문제는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수십 마리 가축의 희생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양피지로 만들어진 『무스하프 코란(651)』의 경우 사슴 40마리의 가죽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이의 보급은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편이었습니다.

  • 바그다드 - 이슬람 곳곳에 학문의 싹을 틔우다

    이슬람의 황금기인 8~11세기. 종이는 이슬람 학문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하며 문화의 꽃을 피웠습니다. 학자들은 이슬람의 성경인 코란부터 천문학, 물리학, 수학 등 각종 지식을 종이 위에 써 내려 갔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종이의 등장으로, 소수의 권력층만 독점하던 지식이 서민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면 같은 시기 유럽은 중세의 암흑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 사상가의 철학과 그리스·로마의 찬란했던 문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아랍의 학자들은 유럽 고대 철학자의 주요 저서를 아랍어로 번역하고, 이를 종이 위에 새겨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 다시 전달해 주었습니다.

  • 발렌시아 - 인쇄술과 종이의 역사적 만남

    이슬람 제지 기술은 인근 지중해 국가들로 전파되었고, 스페인 발렌시아에 유럽 최초의 제지 공장이 설립되었습니다. 13세기에는 이탈리아에서도 제지 산업이 시작됐지만, 유럽은 이 시기 종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양피지에 기록하는 전통 방식만을 고수했죠. 중세 봉건주의가 만연했던 유럽에서 종이는 이교도의 물건으로 천대받았기 때문입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를 발명하면서 상황은 역전됩니다. 종이와 인쇄술이 만나면서 유럽의 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종교 개혁의 불씨가 되어 중세 유럽의 해체와 근대화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후 1690년, 미국에도 최초의 종이 공장이 설립되었고, 러시아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제지 기술이 전래되며 종이는 전 세계인의 필수품으로 정착했습니다.

    한국에는 언제 들어왔나요?

    채륜이 제지 기술을 개발한 2세기,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고조선이 멸망한 후 한반도에는 한사군이 설치됐습니다. 그중 낙랑군 묘지에서 한지 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보아 그 시기에 이미 우리나라에도 제지 기술이 전파됐고 고구려, 백제, 신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독자적인 기술을 더해 제지술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닥나무 등의 나무껍질의 섬유를 떠서 만든 한지는 내구성이 강했는데, 704년 경 제작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진보한 인쇄술과 한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카드 뉴스

이달의 테마를 쉽고 재미있게 담아낸 카드 뉴스로 특별한 수업을 열어 보세요.

  • 테마웹진 5월호 종이의 여행
  • 2세기 한나라에서 발명된 세계 최초의 제지 기술
  • 페이퍼 로드
  • 인류 문명 발전의 열쇠가 된 종이

추천 영화 & 도서

  제목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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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로드 (2010) 종이의 탄생, 전파 경로와 문화적인 영향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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